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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공방] 심마니 여사장의 약초 철학, 자연을 지키는 길.

2025. 2. 19. 11:40Yellow Press/Supporters

 

산을 오르며 자연이 선사한 보물을 직접 채취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 ‘심마니 여사장’이라 불리는 김진희 대표는 30년간 산을 누비며 약초를 연구하고, 이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해왔다. 그녀가 운영하는 ‘약초공방’은 국내산 도라지를 정성껏 가공해 ‘도라지고’라는 제품을 선보이며, 전통 방식의 ‘구증구포’ 공정을 통해 더욱 건강한 약초를 제공하고 있다. 산과 함께한 삶, 그리고 지속 가능한 약초 산업에 대한 김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직접 산을 타며 자연산 약초와 버섯을 채취하는 김진희 대표

 

[산과 함께한 30년, 그리고 약초공방의 시작]

약초공방의 대표 상품 ‘도라지고’는 국내산 6년근 도라지를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리는 ‘구증구포’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이렇게 정성 들인 도라지는 항산화 성분이 높아져 중노년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김 대표에게 직접 약초를 다루는 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물었다.

“산을 좋아해서 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약초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30년 동안 산을 다니며 자연이 주는 선물을 직접 보고 경험하다 보니, 이걸 활용해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도라지를 고르고 가공하는 일도 산과 함께하는 삶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요.”

구증구포 공정을 마친 도라지는 30일 동안 약 65℃의 저온에서 고아 숙성한다. 이처럼 전통적인 방식으로 도라지를 가공하는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기계로 빠르게 가공할 수도 있지만, 전통 방식대로 천천히 숙성시키면 맛도 더 깊어지고 효능도 더 좋아집니다. 실제로 구증구포 공정을 거치면 항산화 성분이 약 58배 증가하고, 사포닌 성분은 2배 이상 증가한다고 합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을 최대한 온전한 모습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구증구포(九蒸九曝)를 거치며 도라지의 색상이 깊어지는 과정

 

[사라지는 숲, 그리고 지속가능한 자연]

김 대표는 산을 오르며 자연이 점점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산과 숲이 하루아침에 개발되며 사라지는 현실에 대해 그녀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숲이 많아진 지 100년도 채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 다시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죠. 겉으로 보면 단순히 나무 몇 그루 없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곤충, 버섯, 새, 산짐승까지 복잡한 생태계가 자리 잡고 있어요. 개발하는 사람들이 물질적인 가치만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하면 좋겠어요.”

약초공방에서 생산하는 도라지 역시 자연에서 온 선물이다. 하지만 그녀는 기후 변화로 인해 해마다 산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산을 오를 때마다 날씨와 환경이 변하는 게 느껴져요. 우리 세대는 그래도 자연이 준 선물을 누릴 수 있지만, 우리 후손들은 어떨지 걱정이 됩니다. 신토불이를 강조하는 게 아니라, 우리 땅에서 나는 식재료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먹거리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도 연결되니까요.”

 

 

[사회 공헌과 지역사회와의 연결]

소상공인으로서 사업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바쁜 일상이지만, 김 대표는 자신의 지식을 지역사회와 나누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환자분들이 오가피나 버섯, 산삼 같은 약초에 대해 문의를 해올 때가 많아요. 저도 여건이 되는 한에서는 무료로 나눠드리려고 해요. 의학적 효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심리적인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더 큰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앞으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약초 축제를 기획해보고 싶다는 작은 꿈도 밝혔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요. 노년층을 대상으로 약초와 나물을 활용한 음식이나 건강 식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지역 축제를 열어보고 싶어요. 요즘은 옛날처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요. 물론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여러 기관과 단체가 협력해야 하겠지만, 이런 아이디어가 시작점이 되면 좋겠어요.”

[지속가능한 자연과 함께하는 미래]

자연에서 얻은 선물을 가공하고, 그 가치를 사람들과 나누는 삶을 살아가는 김 대표. 그녀가 꿈꾸는 미래는 단순히 약초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자연을 지키고 보전하는 것이다.

“저는 산과 함께 살아왔고, 앞으로도 산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을 소중하게 여기고, 다음 세대도 이 선물을 누릴 수 있도록 작은 부분이라도 노력해 나가고 싶습니다.”

김 대표의 말에서 그녀가 지켜온 산과 자연, 그리고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다. 그녀의 약초공방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해본다.